
쉴 참에 읽는 글 49] 봄/ 이성부
오늘 내포 최저기온이 -2°C.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그래도 봄은 옵니다.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 눈앞의 상황이 기막혀도 '더디게 더디게 오는,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 봄이 올 것이라는 믿음과 의지를 간절히 노래한 '봄'을 읽으며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 없는' 봄을 기다립니다.
* 70년대 초반 민중시.
* 같은 시집의 시 '밤' '벼'도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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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 이성부(1942-2012)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_ 시집, <우리들의 양식> (민음사,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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