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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정일보
  • 최교진 세종특별자치시 교육감, - 천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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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정일보suyu1456@naver.com일자: 2025-01-02 06:23
  • 천경호, 
    체벌과 계엄, 그리고 교육에 대한 생각
     
    1. 2011년은 학교에서 체벌이 금지된 해입니다. 그로부터 약 7년 전인 2004년 배우 김혜자님의 책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가 널리 읽혔습니다. 당시 그 책을 읽고 저는 ‘그래, 맞아. 꽃으로도 때리면 안 돼’라고 생각했지만 제 행동은 제 생각을 따르지 못했습니다. 일 년에 한 두 번 꼭 아이들에게 손을 대는 교사였죠. 참고, 참고, 참다가 때린다는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을 내뱉으면서요.

    2. 체벌을 하고난 후에는 늘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를 좋아해주는 아이들 덕분에 저는 제 잘못을 잊어버리고 이듬해 다시 같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제 잘못을 덮기 위해 아이들을 아끼기 때문에 체벌을 가한다는 구차한 변명으로 불편한 제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고, 아이들을 아끼기에 어쩔 수 없이 매를 든다는 잘못된 생각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그 시절의 저로 돌아간다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잘못을 돌이키지 못한다는 사실이 저는 아직도 뼈아픕니다.

    3. 일 년에 한 두 번이었을지언정 제 손바닥을 두들기고, 제 뺨을 때리며, 제 종아리와 허벅지를 몽둥이로 두들기고, 제게 발길질을 하던 제 학창시절 많은 선생님들과 제가 다르지 않았으니까요. 제가 싫어하고 경멸했던 잘못된 교사상을 제가 그대로 따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책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소개 됩니다.

    4. 그에게는 누나가 있었고 누나는 두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는 주말 아침마다 조카들을 데리고 하루 종일 함께 놀러 다녔습니다. 양육으로 힘들어하는 누나와 매형이 양육에서 조금이라도 쉴 수 있게 하려고요. 하루는 새 차를 산 그가 누나에게 조카들을 데리고 나오라고 연락을 했습니다. 동생이 차를 새로 산 사실을 알고 있던 누나는 동생의 차 앞에서 아들들에게 주의를 주었습니다. 어떤 주의를 주었을까요?

    5. 네, 그렇습니다. 차에서 먹지마라, 신발신고 시트에 올라가지 마라, 뭐 이런 주의를 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그가 놀라운 행동을 합니다. 탄산음료를 뒷좌석에 뿌렸습니다. 저는 제가 아끼던 머그컵을 깬 저희 반 아이들에게 불같이 화를 내는 선생이었습니다. 그런데 랜디 포시는 새로 산 차보다 조카들을 더 아끼는 사람이었습니다. 부끄럽더라고요. 교사로서 제가 자격이 없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렇다고 교직을 그만둘 수는 없었습니다. 저에겐 생계가 걸린 일이기도 했으니까요.

    6. 저는 아이들이 무언가를 깨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면 교사답게 말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괜찮아? 다친 데 없어?’ 이 별 것 아닌 말을 제 입에 붙이고, 그 말에 어울리는 진심을 마음에 담는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제 말이 변하자, 아이들이 변했습니다. 제 말에 진심을 담자 아이들이 더 빨리 변했습니다. 저에게 문제가 있었음을 저는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심리학과 신경과학, 신경생리학 등의 책을 읽으며 체벌이나 위협이 오히려 역효과를 만드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7. 과학은 인간을 인간답게 대할 때 그 가능성을 최대로 발휘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왜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지, 왜 충분한 수면을 해야 하는지, 왜 아침을 꼭 챙겨 먹어야 하는지, 왜 아이들이 노력한 과정에 칭찬을 해야 하는지, 왜 아이들에게 감사와 우정과 용서와 사랑을 가르쳐야 하는지 등을 과학은 끊임없이,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학자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지속 가능한 사회란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8. 지난 12월 3일 밤. 까닭을 알 수 없는 계엄이 선포되고, 극적인 계엄 해제의 순간까지 TV앞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대통령에게서 제가 아이들에게 했던 이야기가 들렸기 때문입니다. 군대를 동원한 계엄을 선포한건 오로지 야당 때문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체벌을 가하는 건 오로지 말 안 듣는 학생들 때문이라고 말하던 저와 다르지 않았으니까요. 오죽하면 대통령이 계엄을 했겠느냐는 정치인들의 이야기와 오죽하면 선생님이 체벌을 했겠느냐는 옛날 어른들의 이야기가 이토록 닮아 있을 줄 몰랐습니다.

    9. 사교육 시장의 유명한 일타 강사가 학생들을 상대로 막말을 하던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아동학대라고 신고당할 일이 학원에서는 성적향상이라는 목적 아래 무마된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 인간의 성숙보다 성적을 더 중시한 결과가 아닌가 저는 생각합니다. 따라서 교육부 장관도, 몇 몇 교육감들도 공감이나 끈기, 창의성, 정서조절 같은 사회정서 능력보다 학업 성취에만 관심이 있어서 오로지 성적, 성적, 성적만 말하는 미성숙을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10. 저는 오래 전부터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왜 학교에 다녀야 하는지, 왜 공부 해야 하는지, 왜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의 교과를 배워야 하는지 아이들의 생각을 물었습니다. 질문을 듣고 한 번 생각하고, 두 번 생각하고, 세 번 생각하면서 자신의 생각에 친구들의 생각을 더하고, 교사인 저의 생각을 더하며 각자의 생각을 만들어가기를 바랐습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도록 장려하고, 차이를 존중하며, 더 훌륭한 생각으로 나아가도록 격려해 오셨습니다.

    11. 일방적인 지식의 전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식에 더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수업 과정에서 일어나는 실수나 잘못을 허용하는 안전한 교실에는 체벌이나 위협이 아니라 대화와 격려 그리고 적절한 피드백이 수업 중에 더 많은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지금의 젊은 청년 세대들의 사회참여 방식에 논란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벌을 통한 교육이나 양육은 지금의 민주사회에 부적합할 뿐만 아니라 한 인간을 존중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사회적 합의가 부당한 계엄을 거부하는 시민을 만든 것이 아닌가 저는 생각합니다.

    12. 힘, 나이, 지위와 같은 것으로 위계와 같은 수직적 인간관계를 만드는 동물적 본성에서 벗어나 모든 인간이 자유롭고, 존엄하고, 평등하다는 것을 배우고 익히고 깨닫게 하는 학교교육이 그래서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위가 높은 대통령이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라는 수동적인 삶에서 벗어나 아무리 대통령이어도 헌법을 위반하면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능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 세계인권선언에 부합할테니까요.

    13. 따라서 학업 성적을 위해 인간다운 성숙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다운 성숙을 위해 학업 성적을 높이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사랑, 우정, 인간애, 용기, 성실과 같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가질 수 있도록, 타인의 불행 위에 자신의 행복을 구축하지 않는 사람다운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14. 그래서 유초중등특수교육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통합교육에 힘을 쏟아야 하며, 사회정서학습은 물론 건강한 신체발달을 도모하는 사회보건 환경을 구축해야 합니다. 그 속에서 교과 흥미도와 성취도를 함께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이 체벌과 계엄을 넘어서 교육과 인권을 실현하는 밑거름이 될 테고, 이념과 무속을 넘어서 과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교육 정책이 시작될 계기를 만들 테니까요.
     

     


    [의정일보=의정일보] suyu145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