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하는 힘, 교육이 되찾겠습니다〉
지난 8일 발표된 OECD 'PISA(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2025' 보고서를 꼼꼼히 읽었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성취도는 여전히 세계 최상위권입니다. 그러나 읽기 점수는 PISA 참여 이후 가장 낮았고, 뒤처지는 학생은 늘었습니다. OECD 전체로도 읽기·수학·과학 세 영역 모두 역대 최저였습니다.
긴 글을 읽고, 깊이 생각하고, 스스로 묻는 힘이 약해지고 있다는 경고입니다.
문해력은 국어 점수가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는 힘, 사실과 주장을 구별하는 힘, 질문하고 판단하는 힘입니다. AI 시대일수록 더 필요한 힘입니다.
취임 첫 결재가 '폰프리 스쿨'이었습니다.
스마트폰에 빼앗긴 시간을 되찾아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자는 것입니다.
이번 보고서를 읽으며 제 눈길이 오래 멈춘 대목이 있습니다.
우리 교실은 조용합니다. 수업이 디지털 기기 때문에 자주 산만해진다는 응답은 7%에 불과해, OECD 평균 28%의 4분의 1입니다. 그런데 우리 학생들의 읽기 지표는 현저하게 낮아졌습니다.
조용한 교실인데 왜 읽는 힘은 빠져나가는가. 저는 기기가 교실 안에서 소란을 일으키지 않고 아이들의 하루 전체를 조용히 가져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게 됩니다. 우리 학생 열에 넷은 읽어야 할 글을 AI에게 요약시키고, 글쓰기 과제 초안도 AI에게 맡긴다고 합니다. 둘 다 OECD 평균보다 높습니다.
읽기와 쓰기는 결과물을 얻는 일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생각이 자라는 일입니다. 과정을 건너뛰면 답은 남고 역량은 축적되지 않습니다. 조용한 교실에서, 아이들의 생각하는 힘은 조용히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을 금지한 학교의 학생들은 수업 중 산만함을 훨씬 덜 느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생은 셋 중 하나만 그런 학교에 다닙니다. OECD는 절반 가까이입니다. 폰프리 스쿨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물론, 스마트폰과 SNS가 모든 원인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과도한 사용이 아이들의 집중을 방해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OECD도 기술과 AI가 학생의 주의력과 노력, 이해를 대신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저는 지난 8월 27일 국회 청소년 SNS 규제 토론회에서도 같은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
학교와 가정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아이들의 시간을 붙잡으려 쉼 없이 작동하는 플랫폼 알고리즘을 개인의 절제로 이겨내라는 것은 공정하지 않습니다.
PISA는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하루를 알고리즘에 맡길 것인가, 교육이 되찾아 올 것인가.
경기도교육청이 먼저 움직이겠습니다.
2학기부터 폰프리 스쿨과 라스(RAS)를 교육과정과 학교생활에 연결하고 있습니다. 독서·예술·스포츠를 교육의 중심축으로 되돌려 생각하는 힘, 마음의 힘, 몸의 힘을 기르겠습니다.
국회와 정부도 함께 움직여 주십시오. 아이들의 집중할 권리, 읽을 권리, 생각할 권리를 지키는 것은 어른들의 책임입니다.
연령별 보호장치, 중독적 설계와 유해 콘텐츠에 대한 플랫폼 책임, 청소년 대상 알고리즘·광고 규율까지, 논의할 것이 많습니다.
청소년 SNS 보호 입법을 더 이상 미루지 말아 주십시오.
손에는 스마트폰 대신 책을,
귀에는 이어폰 대신 악기 소리를,
하루에는 화면 대신 운동장을 돌려주겠습니다.
생각하는 힘은 거기서 자랍니다.
교육언론창의 보도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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