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농지 투기 근절을 명분으로 강행하는 농지 전수조사가 농촌의 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임이 또다시 드러났다. 신임 해양경찰청장조차 조상 묘소가 있는 상속 농지를 처분하지 못해 농지법 위반 대상자로 몰릴 처지에 놓이면서, 현행 농지 정책의 구조적 모순이 여실히 확인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강승규 의원(국민의힘, 충남 홍성·예산)이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임 하만식 청장은 2007년 전남 광양시 진상면 일대의 농지 3필지를 상속받았다. 해당 농지에는 부모와 조부모, 증조부의 묘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문제는 농촌 지역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해당 농지를 대신 경작해 줄 사람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해경청장 측은 “무단 임대한 사실이 없으며, 경작 희망자가 없어 농어촌공사 농지은행과 임대수탁계약도 체결하지 못했다”고 소명했다.
그러나 현 정부의 강도 높은 농지 전수조사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해경청장의 사례는 졸지에 '위반 농지'로 둔갑한다. 지목상 농지에 묘소를 조성·유지하는 것은 불법 전용에 해당하며, 농지은행 위탁 없이 미경작 상태로 방치한 것 역시 농지 처분명령 및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132만ha에 달하는 농지 기본조사를 통해 전체의 약 27%를 농지법 위반 의심 사례로 적발했다. 이 과정에서 상속 농지 소유자나 고령·건강 등의 문제로 직접 경작이 어려운 이들까지 무더기로 과도한 소명 및 행정 대응 부담을 떠안으며 현장의 혼란이 심각한 상황이다.
농사를 지을 사람도 없고 팔리지도 않는 땅에 조상 묘를 모시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 해상 치안을 책임지는 해경청장마저 '범법자'나 '강제 처분 대상'으로 전락하게 만드는 것이 현행 농지 정책의 민낯이다.
강승규 의원은 “농촌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무리하게 밀어붙인 전수조사가 신임 해경청장조차 피할 수 없는 덫이 되었다”며 “정부 고위 공직자조차 합법적으로 해결할 길이 막막한데, 일반 국민이 겪는 고통과 억울함은 오죽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 의원은 “경작 희망자조차 없는 농촌의 현실을 무시한 채, 기계적 잣대만 들이밀며 선량한 국민을 범법자로 양산하는 현재의 농지 정책은 완전히 실패한 정책”이라며 “정부는 상속 농지와 비자발적 휴경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불합리한 농지 규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정일보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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