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속도로 사고를 알아채는 시간은 빨라졌지만, 순찰차가 현장에 닿는 시간은 오히려 늦어졌다. 그 사이 사고 현장에 멈춰 선 차와 사람을 뒤차가 덮치는 '2차 사고'가 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의원(국토교통위원회, 충남 아산갑)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고속도로 1·2차 사고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6년 8월까지 고속도로 교통사고는 8,770건 발생해 906명이 숨졌다. 이 가운데 2차 사고는 339건으로 161명이 숨지고 310명이 다쳤다. 사망자 10명 중 2명꼴(17.8%)이 2차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2차 사고는 한번 나면 치명적이다. 2차 사고 치사율(사고 100건당 사망자)은 47.5명으로, 일반 사고(8.8명)의 5.4배에 달했다. 2건에 1명꼴로 숨진 것으로, 약 13일마다 1명이 2차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더 큰 문제는 2차 사고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대비 2025년 일반 사고는 19.6% 줄었지만, 2차 사고는 30.0%(50건→65건), 부상자는 91.4%(35명→67명) 늘었다. 올해도 8월까지 53건이 발생해 23명이 숨졌다. 현 추세라면 최근 5년 중 최다였던 2024년(70건·31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2차 사고 증가의 배경으로는 현장 대응의 공백이 지목된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2차 사고는 선행 사고·고장 발생 후 평균 5분 54초 만에 일어났다. 그런데 순찰차 출동 소요시간은 2021년 10분 30초에서 올해(8월 기준) 15분 01초로 43.0% 늘었다. 같은 기간 사고 감지 시간이 47.2% 단축된 것과 대조적이다. 게다가 도로공사의 조사에서도 운전자의 87%는 사고·고장 시 대피보다 차량 후방 조치를 택하겠다고 답했다. 순찰차가 오기 전, 도로 위에 머문 운전자에게 2차 사고가 먼저 닥치는 구조다.
특히 이런 공백은 심야·새벽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 실제 2차 사고 사망자의 39.1%(63명)가 자정~오전 6시에 발생했고, 이 시간대의 2차 사고 비중(33.6%)은 일반 사고(16.8%)의 2배였다. 전체 2차 사고 사망자의 91.3%는 주시태만과 졸음이 원인이었다.
그런데도 도로공사의 대책에는 '출동 시간'이 빠져 있다. 도로공사의 '2차사고 예방 종합대책' 12개 항목은 감지·정보공유·홍보 중심으로, 출동 시간 목표나 순찰 인력·거점 확충 계획은 없었다. 반면 영국은 2020년 일부 고속도로 구간의 평균 도착 시간을 17분에서 10분으로 줄이는 목표를 세우고 인력과 출동 거점을 늘려, 2022년 9분 49초로 단축했다. 영국이 출동 시간을 7분 넘게 줄이는 동안, 도로공사의 출동 시간은 2021년 10분 30초에서 2024년 17분 10초로 6분 40초 늘었다.
복 의원은 "2차 사고는 평균 6분 안에 나는데 순찰차는 15분 뒤에 온다. 순찰차가 오기 전에 사람이 죽는 구조"라며 "사고 정보를 모으는 속도만큼 현장에 가는 속도도 관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출동 시간 단축 목표를 세우고, 2차 사고 고위험구간과 심야·새벽 시간대부터 순찰 인력과 거점을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정일보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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