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향민과의 사회통합에서 통일은 시작됩니다]
오늘은 제3회 북한이탈주민의 날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 온 모든 북향민 여러분께 축하와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1997년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대한민국의 북향민 정착 역사는 어느덧 30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주거·교육·취업·복지 등 여러 정책이 보완되면서 제도의 사각지대도 조금씩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북향민들이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단지 정책이 부족해서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 사회가 직시해야 합니다. 많은 북향민 청년들은 대한민국에서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출신과 정체성을 감추거나 지우며 살아갑니다. 북한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취업과 직장생활에서 보이지 않는 벽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결국 몇개의 특별채용 역시 근본적으로 이들을 일반 시민과 구분하는 또 하나의 경계와 낙인이 될 수 있습니다.
북향민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소비하거나 정책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북향민에게 필요한 것은 별도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는 삶만이 아니라, 출신을 숨기지 않아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 일상입니다. 학교와 일터, 지역사회와 정당에서 자연스럽게 만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문화적 기반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상설기구인 북한이탈주민특별위원회도 북향민의 목소리를 듣는 데 그치지 않고, 당사자가 직접 의제를 제안하고 결정에 참여하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제가 당대표가 된다면 특위와 당의 정책·인재 시스템 전반에 북향민의 참여를 확대하고, 현장의 목소리가 실제 당론과 입법, 인재 발굴로 이어지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2019년부터 국회에서 북한이탈주민 생산품 특별전시회를 개최해 북향민 기업의 판로 확대를 돕고, 북향민 고용모범사업주 생산품에 대한 공공기관 우선구매가 활성화되도록 힘을 보태 왔습니다. 정착의 가장 든든한 기반은 시혜가 아니라 안정적인 일자리와 지속 가능한 자립으로 이어지도록 제도를 튼튼히 하는 것입니다.
지금 남북은 깊은 불신 속에서 대화마저 단절돼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 통일된 한반도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숙명을 안고 있습니다. 통일을 말하기 전에 우리 곁의 북향민과 먼저 동등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북향민이 출신을 지우지 않고도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나라, 그것이 성공적인 통일을 준비하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입니다.
탈북 인민군출신 주승현 교수가 쓴 <조난자들> 책을 읽어볼 것을 추천합니다. 남북 어느곳에도 속하지 못하고 조난자와 같이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북향민들이 동등한 대한민국 국민의 정체성으로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어우러져 살아가야 합니다.
제3회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의정일보=김이남] ken6262@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