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제주에서 4.3을 맞습니다. 슬픔과 희망, 아픔과 다짐이 교차하는 78주기 4.3 추념일입니다.
차마 말조차 꺼낼 수 없었던 참담한 기억, 그 긴 세월의 침묵을 깨고 마침내 4.3을 역사 앞으로 불러낸 것은 유족들과 제주도민들의 용기였습니다. 그 용기가 진실과 민주주의의 길을 열었습니다.
올해 2월에도 행방불명 희생자 일곱 분의 신원이 새로 확인됐습니다. 더디지만, 포기하지 않고 걸어온 길이 역사의 진실로 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제주와 함께 진실과 정의의 길을 계속 갈 것입니다.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에는 시효가 없고, 국가는 무한책임을 져야 합니다. 24년 12월, 국회는 국가폭력 범죄의 공소시효와 국가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를 없애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습니다.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시행이 막힌 ‘반인권적 국가범죄 시효 특례법’을 다시 처리해 시간이 면죄부가 되지 않게 하겠습니다.
4.3의 완전한 해결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입니다. 희생자와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실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모든 시도는 그 안에 과거의 국가폭력만큼이나 큰 잘못을 품고 있습니다. 단호히 막아야 합니다.
추가 진상조사 권한을 보강하고, 흩어져있는 기록을 보존·복원·활용하는 제도마련을 서둘러 진실규명의 길을 넓히겠습니다. 잘못된 서훈을 바로잡아 역사 정의를 세우는 일에도 힘쓰겠습니다. 여러 건의 법안이 발의되어 있습니다. ‘4.3 특별법’ 개정에 힘을 모아 4.3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희생자 2세대의 손을 잡는 일에도 국회가 앞장서야겠습니다. 어려서 부모 잃은 고통에 더해 감시와 낙인, 연좌제의 억눌림까지 억울한 세월을 겪고도 말할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그 피해의 실태를 조사하고 회복의 길을 구체화하는 일에도 국가가 책임 있게 나서야 합니다.
4.3은 제주만의 아픔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아픔이고, 국가가 무엇을 지켜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묻는 역사의 질문입니다. 지난 1년 사이, 제주 4.3은 세계인의 기억과 역사로 기록됐습니다. 제주도민들이 직접 쓴 ‘제주평화인권헌장’이 제정됐습니다. 4.3은 이렇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국회는 더 치열하게 기억하고,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저도 붉은 동백을 가슴에 달고 늘 함께할 것입니다. 희생자들의 영면을 빕니다.
[의정일보=의정일보] ken6262@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