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 걸려 쓴 아홉 글자 “축하하네 못난 장모가”>
오늘부터 10월 2일(금)까지 서울시교육청 1층에서 「중부 다·가·온 평생교육 작품 전시회」가 열립니다. 다·가·온은 ‘많은 이들이 다(多) 더하는 가(加) 따뜻함 온(溫)’ 이라는 의미입니다. 중부교육지원청 관내 문해교육기관과 학교 평생교육 프로그램에서 배움을 이어가시는 학습자분들이 직접 쓰고 그리고 만든 작품 60여 점이 걸렸습니다. 시화도 있고 그림, 공예품, 문집, 백일장 작품도 있습니다.
그중 한 작품 앞에서 발길이 머물렀습니다. 종로종합사회복지관에서 한글을 배우고 계신 이갑숙 어르신의 시화〈사위 환갑날〉입니다.
"누구에게도 글 한 줄 써 건넨 적 없던 내가
사위 생일을 맞아 내 생전 처음으로
축하의 말을 적어보았다“
어르신이 쓰신 말은 "축하하네 못난 장모가", 아홉 글자입니다.
틀릴까 봐, 사위 보기 민망할까 봐 썼다 지웠다를 몇 번이나 하셨답니다. 그렇게 하얀 봉투에 또박또박 적어 건네자 딸은 울먹이며 "엄마 잘했어요" 했고, 사위는 글을 모르고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눈물을 보였다고 합니다. 어르신도 웃다가 결국 같이 우셨고요.
저도 목이 메었습니다. 이 아홉 글자를 쓰시기까지 얼마나 긴 세월을 건너오셨을까요. 배울 때를 놓치고 식구들 챙기며 살아오신 세월이 있었을 테고, 이 나이에 무슨 공부냐 하는 마음도 한 번쯤은 드셨을 겁니다. 그래도 어르신은 용기를 내어 다시 연필을 잡으셨습니다.
글을 배운다는 건 소중한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할 수 있게 되는 일인가 봅니다. 평생 속으로만 삼켜온 말을 처음으로 적어 건네는 것, 문해교육의 역할 중 이보다 더 귀한 일이 있을까 싶습니다.
배움에 늦은 때는 없다고 흔히들 말합니다. 그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걸 다시금 느낍니다. 누구에게나 오래 미뤄둔 한 줄이 있을 겁니다. 더 늦기 전에 그 한 줄을 쓰실 수 있도록 교육청이 더 열심히 곁에서 돕겠습니다.
전시를 준비해 주신 중부교육지원청과 문해교육기관 선생님들, 그리고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신 학습자 여러분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이갑숙 어르신, 사위분의 환갑을 저도 늦게나마 함께 축하드립니다.
서울시교육청 근처를 지나실 일이 있으면 잠깐 들러 보셨으면 합니다. 어르신들이 꾹꾹 눌러 쓰신 글 앞에 여러분이 보내주시는 따뜻한 눈길 하나하나가 어르신들께는 다음 한 줄을 쓰실 힘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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