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의 없는 다수결은 독재입니다]
도봉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선 9기 캐치프레이즈 정비 예산을 전액 삭감해
결국 ‘0원’으로 만들었습니다.
양당 간사를 뽑아 여러 차례 협의를 시도했습니다.
교체 범위가 넓다면 줄이고, 단가가 과하다면 조정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처음부터 끝까지
“0원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위원장에게
“아무런 협의 없이 처리해도 부담이 없습니까?
이후 발생할 문제에도 책임질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돌아온 답은
"알아서 생각하세요”였습니다.
결론을 정해 놓고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는 것은 협의가 아니라 통보입니다.
캐치프레이즈가 단체장 개인의 홍보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교체 범위와 단가도 꼼꼼히 따져야 합니다.
그러나 불필요한 부분은 줄이고 필요한 부분은 남기는 것이 예산심사이지,
아무런 대안 없이 ‘0원’을 고집하는 것은 예산심사가 아닙니다.
방학2동은 지난 민선 8기 출범 약 두 달 뒤인 2022년 9월,
캐치프레이즈 사인물 교체에 37만 7천 원을 집행했습니다.
이것이 이번 전체 예산의 적정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민선 출범에 따른 행정표지 정비가 과거에도 추진됐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어느 범위가 과도하고 어떤 단가가 부적정한지
근거를 제시해 조정했어야 합니다.
지난 민선 8기에는 필요한 행정이었는데,
민선 9기에는 전액 삭감해야 할 낭비가 되는 것입니까?
도봉구의회는 8대 7, 단 한 석 차이입니다.
그 한 석은 상대의 의견을 묵살해도 된다는 허가가 아닙니다.
의견을 들을 생각도, 조정할 의지도 없이
처음부터 표결만 앞세운다면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치인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것입니까?
정치는 한 석의 우위로 상대를 굴복시키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 사이에서 함께 책임질 결론을 만드는 일입니다.
그 과정을 지운 다수결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다수결의 외피를 쓴 독재일 뿐입니다.
솔직히 지칩니다.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5석을 독식할 때도,
이번 예산심사에서도 ‘협의하자’는 당연한 말을
반복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합니다.
하지만 지쳤다고 침묵하면 독재는 관행이 됩니다.
표결의 힘으로 예산은 ‘0원’으로 만들 수 있어도,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0’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의정일보=송인경] uijeong@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