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상투데이 기고>
복지는 침대가 아니라 디딤돌이다
— 예산 심의 현장에서 다시 묻는 복지의 방향ㅡ
한순희 <경주시의원. 수필가>
복지는 ‘눕게 하는 제도’가 아니라 ‘다시 일어서게 하는 제도여야 한다
2026년도 예산 심의를 마치고 의회 문을 나서며 마음이 가볍지 않았다. 해마다 늘어나는 기초생활수급자 수와 좀처럼 줄지 않는 복지 예산 구조를 보며, 우리는 과연 복지의 방향을 제대로 점검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최근 언론에 소개된 한 사례는 이 질문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35세의 기초생활수급자 남성은 별다른 직업 없이 매달 지급되는 수급비로 생활하며 “지금이 너무 편하고 이 상태로 계속 살고 싶다”고 말했다. 솔직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많은 시민들은 불편함을 느꼈다. 그 개인의 태도를 비난하기보다, 이 말이 가능해진 사회 구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위기에 놓인 국민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병과 사고, 실직과 노령으로 스스로 설 수 없는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 그러나 그 제도가 ‘다시 일어서기 위한 디딤돌’이 아니라 ‘편안한 정착지’로 인식되기 시작한다면, 복지는 본래 취지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만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날이 서 있다. 경로당 어르신들은 “젊어서 일하지 않던 사람이 지금은 기초수급자가 되어 각종 지원을 받는다”며 허탈해하신다. 평생 성실히 일하고 세금을 낸 사람들은 난방비를 아끼며 겨울을 나는데, 복지 체감은 오히려 거꾸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박탈감이 쌓이면 복지는 연대의 제도가 아니라 갈등의 원인이 된다.
국가는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복지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받는 사람의 책임 또한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노력보다 보조금이, 땀보다 지원금이 합리화되는 구조는 결국 일하려는 사람의 의욕을 꺾고 사회의 활력을 약화시킨다. 성실함이 손해처럼 느껴지는 사회는 오래 버틸 수 없다.
복지는 손을 잡아주는 제도이지, 눕게 해주는 제도가 아니다. 다시 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짜 복지다. 예산을 심의하며 느낀 것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였다. 우리 사회가 진정한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주는 책임’과 함께 ‘도움받는 책임’을 말할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이 바로 그 균형을 다시 세울 때다.
[의정일보=경주시/이두찬] pung71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