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자유낙하
내란범죄와 시민들의 임계점
누구보다 빠르게 시대정신을 입어버린 시민들
핵심은 구조의 변화
[참담한 결과였으나 우리가 힘을 낼 수 있는 이유]
1. 국민의힘의 자유낙하
이번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를 본 시민들은 보수 정당과 보수의 가치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보수를 참칭하며 권력지향 키메라 정당이 되어버린 민자당 계열의 종말, 국민의힘은 이번에도 최악의 수를 던졌다.
보수의 가치는 정반합의 결과물, 진테제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데서부터 나와야 한다. 보수의 관점에서 현실은 곧 이상이므로 보수 정치가 가장 중시해야 할 가치는 국가의 근간인 헌법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헌법과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내란을 주도한 윤석열에게 면죄부를 주고야 말았다. 그토록 강조하던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주의가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동시에 붕괴되고 있음에도 권력을 지켰다며 자축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과연 차악의 선택이었을까? 안타깝지만 오늘 표결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이 추구해야 할 가치지향의 보수는 소멸했다. 당의 궤멸을 막기 위했다고 말하지만 정당의 근간인 당헌당규의 가치가 소멸했는데 그게 궤멸이 아니면 무엇인가? 하긴 주변 국민의힘 구성원들을 보고 있자면 본인이 속한 당의 당헌당규를 한 번이라도 읽어들 봤나 싶다.
2. 내란범죄와 시민들의 임계점
박근혜 탄핵으로 인해 발생한 극도의 피로감과 상처는 8년이 지난 지금도 완전히 아물지 못했다. 헌정사 주요 사건 중에서도 메이저한 영역에 들어가는 탄핵은 단순히 절차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매주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매일 국정 농단에 대한 분노와 비판을 이어가며 끝없이 국민적 명령을 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결과물이다.
이로 인해 발생한 부산물인 극우 세력의 득세와 모든 정치 영역에서의 정쟁화 과정 등 포스트 탄핵 정국을 지켜본 시민들이다. 또다시 탄핵이라는 명령을 내리기에 보다 더 침착하고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사실 대한민국 정도의 선진 민주국가에서 시민들의 역치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선거에 대한 신뢰와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은 사상 초유의 비상계엄, 계엄을 가장한 내란범죄를 일으키며 이 모든 것을 부숴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상식선 밖의 인간임이 밝혀진 것에 더해 검찰 독재라는 대한민국 최초의 통치 방식을 선택한 인간이기에 '임기 중 언젠간 임계점에 도달할 것이다.'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이를 비웃듯 단 한 번의 미친 짓으로 시민들이 촛불이 아닌 횃불을 들게 만든 것이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불과 사흘 반 만에 전국 곳곳에서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광장에 나오게 만든 것은 물론이고 전국의 대학생, 2,518명의 영화인, 심지어 그 변협까지도 탄핵을 촉구하는 성명과 선언을 발표하게 만들었다. 비록 오늘 탄핵소추가 불발되었으나 매주 쏟아지는 전 국민의 분노와 성토를 감당할 방법은 없다. 그리고 매주 탄핵안 발의와 표결은 이어질 예정이다.
3. 누구보다 빠르게 시대정신을 입어버린 시민들
오늘 여의도 촛불집회에서 목격한 장면들 중 가장 고무적이었던 것은 '집회를 즐기며 효용을 최대화하는 시민들의 모습'이었다. 발언과 문화공연, 곳곳의 행위예술 정도로 끝나던 과거 대규모 집회 양상과는 달랐다.
일주일 전만 해도 '탄핵'이라는 키워드를 멀리 두던 시민들은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을 따라 부르고 춤추며 탄핵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뉴스를 중계하며 상황에 맞는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표결을 거부하는 졸렬한 모습을 보일 때는 국회의사당 주변을 둘러싸는 행진으로 압박하는 등 효과적인 시위의 형질을 만들어냈다.
마침 그때 국회 경내에 갇혀 이동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탄핵에 찬성하는 나조차도 두려운 마음이 들 정도였으니 더 말할 것이 없다.
집회뿐 아니라 모든 탄핵 요구의 장에서 앞으로 매주 진화하는 양상이 보일 것이다. 각 세대, 집단 별로 영역을 형성해 스스로와 시대에 맞게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좋아 보이는 것은 서로 모방해 가며 개선하고 발전할 모습들이 기대된다.
4. 그 외의 모든 것
사실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의힘 국회의원 8명 개인의 판단이 아니다. 핵심은 구조의 변화다. 개인의 선택은 가변적이고 가역적이나 구조 변화에 따른 결과는 불변적이고 비가역적이다.
패러다임이 바뀌어버렸다. 바람이 거세게 분다. 끝이 보이지 않던 싸움에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앞서 말한 바처럼 시간을 끈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민자당의 후신들은 국가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보탬이 되고 싶지 않다면, 숙의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면, 역사에 어떻게 기록되고 싶은지 정도는 고려해 보길 바란다.
우리는 새로운 시작점을 맞이했다. 오늘의 결과물은 과정으로, 영양으로 흡수될 뿐이다.
비록 사흘 반 동안 상당한 정신과 체력을 소진하고 새벽이 깊어서야 대구에 도착했지만, 위와 같은 사유들로 인해 자고 일어나면 내일 더 힘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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