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희궁 모퉁이를 돌며 #4 – 광복 80주년, 학생들과 돌아보는 대한민국의 독립운동사]
저는 광복 80주년을 맞이하여 서울학생참여위원회 고등학생 위원들과 함께 독립운동 사적지를 탐방하고, 어제 귀국했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생가를 비롯한 다양한 독립운동 사적지에서, 우리 학생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학생들 역시 소중한 배움의 기회가 됐으리라 생각합니다.
서울학생참여위원회 의장인 서울고등학교 한도현 학생의 2일차 소감문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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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 8월 10일(일)
탐방 2일차인 오늘, 우리는 731부대 박물관을 먼저 방문했다. 박물관 내부에는 세균전 실험 도구, 기록 자료, 피해자의 증언 등이 전시돼 있었고, 이를 보며 전쟁이 남긴 참혹함과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비인도적인 행위의 잔혹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교과서 속에서 글로만 접하던 역사였지만, 실제 현장에서 마주하니 그 무게가 훨씬 크게 다가왔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의문이었던 것은 미국이 731부대 전범들을 왜 기소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었다. 현장에서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찾기 어려워, 자료를 조사해 보았다. 731부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운영한 세균전 부대로, 수많은 중국인과 포로들을 대상으로 비윤리적인 인체 실험을 진행했다. 전쟁이 끝난 뒤, 일본은 미국에 세균전 실험 데이터를 제공했고, 미국은 이를 대가로 1947년 8월 731부대 관계자 전범을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의 배경에는 냉전 시대라는 국제 정세가 있었다. 미국은 일본 과학자들이 수년간 막대한 비용과 인명을 희생시켜 얻은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확보함으로써 자국의 과학 연구와 군사 전략에 활용하고자 했다. 그 결과, 하바롭스크 재판 등 일부 재판에서 731부대의 만행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관계자는 처벌을 피했다. 이는 국제 정의와 인권보다 자국의 국익을 앞세운 결정였고, 그로 인해 역사 속 큰 아픔이 치유되지 못한 채 남게 되었다. 이를 보며, 국익이라는 명분 아래 세계적으로 고통을 주는 모습이 과거와 현재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씁쓸함을 느꼈다.오늘날에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처럼, 한 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세계 질서를 뒤흔들고 다른 나라에 경제적 부담과 불안을 안기는 모습에서 그 연속성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물관 관람을 마친 뒤, 우리는 고속열차를 타고 약 4시간 동안 달려 연변에 도착했다. 도착하니 한국어 간판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낯선 땅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따뜻함이 밀려왔다.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한 기분이었다. 특히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으로 시작하는 애국가의 첫 구절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백두산이라는 이름이 노랫말 속에서만이 아니라 바로 눈앞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묵직한 감동이 차올랐다.
연변의 거리와 공기는 마치 내일의 백두산을 미리 맞이하라는 듯한 기운을 줬다. 백두산이 우릴 환영하는 듯한 이 느낌 속에서, 내일의 여정을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된다.
[의정일보=정다이] ujilbonews@gmail.com